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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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제주희귀식물 방울꽃
2008-12-23 09:47:48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1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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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뒤늦게 자주빛 뿜어내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 50. 방울꽃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 제주 곶자왈에 서식하는 방울꽃은 가을에 개화를 한다.
방울꽃(Strobilanthes oligantha Miq.)은 쥐꼬리망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에도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가 유일한 자생지이다. 교래, 송당, 산굼부리 등지에 서식하는데 해발 200-500m 정도의 숲 속이나 물가 그늘에 자란다.
방울꽃의 대표적인 서식지는 곶자왈이다. 암반지대에 숲을 형성한 제주의 독특한 지역인 곶자왈은 다양한 함몰지와 지형의 변화로 인한 미기후 발달로 인해 희귀식물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양치식물을 비롯해 백서향, 박쥐나무 등이 곶자왈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방울꽃의 경우 곶자왈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지형이 융기된 다소 건조한 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산다.
방울꽃은 다 자라면 크기가 30-60cm 정도 되고 잎은 아래가 넓은 난형으로 털이 나 있다. 꽃은 연한 자주색으로 끝이 펼쳐진 종모양이며 9월경에 피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쓰러진다.
방울꽃은 숲속식물들 중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운다. 비슷한 시기에 한라돌쩌귀가 꽃을 피우는데 모두 가을철에 개화를 한다. 대부분의 숲속식물들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것에 비하면 독특한 특성이다.
방울꽃이 일반적인 식물들과 다른 개화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씨앗의 산포방식과 관련해 생각해봤다. 방울꽃의 씨앗은 삭과로 열매가 익으면서 터져 나온다. 씨앗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열매가 잘 말라야 하는데 숲에서는 그늘이 지고 습도가 높아 씨앗이 터져 나오는 일이 쉽지가 않다. 터져 나온다고 해도 그 분포의 정도가 좁게 된다. 비슷한 형태의 삭과 식물로 진달래계열의 나무들이 있는데 이 경우는 씨앗이 미세하고 수가 많아 날리거나 흩어질 수 있지만 방울꽃의 경우는 씨앗의 수도 매우 작고 크기가 미세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씨앗을 물어다 날라주는 매개동물이 있다거나 아니면 씨앗이 잘 터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매개동물의 경우는 관찰 경험이 없어 정보가 없지만 환경의 경우는 열매가 익는 시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을철에 꽃을 피우므로 늦가을이 되어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기적으로 숲의 나무들이 낙엽이 지는 때이므로 상대적으로 광량이 풍부해지고 통풍이 잘 되어 씨앗이 충분히 마를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일사적인 추측으로 아직은 미흡한 논리이지만 궁금하고 재미있는 문제임은 분명하다. 눈에 보이는 현상 뒤에 숨겨진 다양한 관계의 사슬을 풀어 가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오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방울꽃은 꽃이 아름답고 숲에서 꽃을 보기 어려운 가을철에 꽃을 피우므로 원예식물로도 아주 좋다. 번식도 쉽고 재배가 용이하므로 그늘진 화단이나 나무 아래 지피식물로 쓰면 좋을 것이다.
2008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