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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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제주희귀식물 통발
2008-12-19 16:50:21 - 작성자곶자왈 () 조회수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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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통발 달려 뿌리없는 수생식물
[김봉찬의 제주희귀식물]통발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통발은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하는 도구의 이름이다. 대나무살이나 싸리 등을 엮어 통 모양으로 만드는데 통 안에 다시 원뿔모양으로 발을 달아 한번 들어간 물고기가 거슬러 나오지 못하게 하는 원리이다. 헌데 사람이 사용하는 이 통발을 똑같이 만들어 이용하는 식물이 있다. 온 몸에 자그마한 통발을 주렁주렁 달아 고기를 낚는다. 그래서 이름도 통발이라고 불린다.
통발은 (Utricularia japonica Makino)은 통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소위 말하는 벌레잡이풀(식충식물)이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부터 1m가 넘는 연못까지 서식하는 수생식물이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일본과 만주, 사할린 등지에도 서식한다. 제주에서는 모슬포, 저지 일대 및 목장이나 논 주변의 연못에서 볼 수 있다. 분포지가 넓기는 하나 그에 비해 개체수가 많지 않은 희귀식물이다.
통발은 뿌리가 없는 식물이다. 길이가 3~6m 가량 되는 긴 잎이 물속에 떠서 생활하는 수중식물이다. 뿌리가 없고 잎이 물속에 있으니 양분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며 그 부족분을 물벼룩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 해결하는 것 같다. 잎은 깃털모양으로 실같이 가늘게 나누어지는데 열편이라고 하는 잎 가닥마다 포충낭이라 불리는 주머니가 달려있다. 이 포충낭이 바로 통발의 원리로 벌레를 잡는 곳이다.
통발과 같은 수중식물들은 보통 잎의 모양이 유사하다. 모두 가느다란 잎이 여러 가닥 모여 달리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것은 물의 흐름이 있는 수중환경에 적응된 형태로 물살에 자연스럽게 대응해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만약 일반 식물들처럼 넓은 잎을 달고 있다면 물살의 저항에 시달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결국에는 잎이 찢어지거나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통발의 꽃은 8~9월경에 피는데 수면 위로 꽃대가 올라와 선명한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식충식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아름답고 귀여운 꽃이다.
사실 통발속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 이상이 자생하며 분포범위가 매우 광역적인 식물속이다. 물속뿐 아니라 육지에서 생활하는 식물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도 통발을 비롯해 개통발, 들통발, 이삭귀개, 땅귀개 등이 자생한다. 언젠가 소개한 바 있는 천백고지 습지의 자주땅귀개도 통발과 같은 속의 식물이다. 그러나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과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매립 등으로 인해 많은 습지 식물이 사라졌거나 매우 희귀해진 상황이며 통발 같은 처지에 있다.
제주에서 통발이 발견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어느 기업체의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미기록종 식물들이나 자생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식물들이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식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통발의 사례와 같이 요즘은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나 관련 전문가가 아니어도 미기록종 등을 발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자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식물에 관심을 갖고 산을 찾는 아마추어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개인적인 취미나 관심으로 시작된 모임이지만 전문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식물에 대한 지식수준과 표본 및 관련 자료의 방대함 등이 전문가를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성과는 분명 작은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08년 11월 30일